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과 채널A가 어린이용 만화 프로그램을 새벽에 집중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재승인을 위한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웅래(민주당) 의원은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TV조선, 채널A 등 종편의 프로그램 편성 현황을 공개하며 “새벽시간대 어린이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고 있는데 주 시청 대상인 어린이들은 보지 말라는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TV조선은 어린이 프로그램인 <어린이특선다큐>를 오전 3시에 <꼬마버스 타요 시즌2>를 오전 4시에 각각 방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들 프로그램은 신규 제작된 것이 아니라 2년 전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송했던 프로그램을 재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널A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채널A 역시 <어린이 과학교실>을 오전 3시 30분에, <동화 속 과학탐험>을 오전 5시에, <무무와 푸푸>를 오전 5시 20분에 방송하고 있다.
노 의원은 “어린이들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이들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종편들은 약속한 사업계획서를 완전히 무시한 수준 미달의 방송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방통위에 종편 재승인 심사의 엄정한 평가를 촉구했다.
종편의 이 같은 ‘꼼수’는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 중 하나다. 종편이 재승인 평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방송평가 항목 중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말 그대로 ‘그냥 편성만’ 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매년 방송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각 방송사의 방송 프로그램 내용과 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이 결과를 재승인 심사 등에 반영한다. 문제는 편성 부분의 경우 편성시간대의 특정한 기준 없이 편성비율만 제시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편은 광고 수익이 가장 낮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새벽 시간대에 편성하는 등 비정상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실제로 지난 6월까지 TV조선과 채널A를 비롯해 JTBC와 MBN 등 종편 4사 모두 어린이 프로그램을 새벽에 편성했다. 이에 반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어린이들이 쉽게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시간대인 오후 4~5시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를 중심으로 “종편은 공공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의무전송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방통위가 제대로 된 실태 조사를 한 뒤 새로운 평가 방법을 모색하고 재승인 평가에 반영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