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백미, 독서

[문화]휴가의 백미,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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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해보다 길고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르면 다음 주부터 눅눅한 습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불볕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동시에 대부분 직장인들도 다음 주부터 여름휴가에 돌입한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여름휴가를 통해서 가장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절반 이상이 ‘정신적‧육체적 휴식’과 ‘독서 등 자기계발’을 꼽았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휴가로 생긴 여가 시간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느긋하게 읽음으로써 휴식과 자기계발을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답변했다.

선현들 역시 독서야 말로 휴가의 백미라고 꼽았다. 번잡한 일상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가라는 것이다.

이에 본지 문화면에서는 이번 여름휴가 중 읽을 만한 책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 문학의 향기에 취하다 –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그린 이 시대 50대 인생 보고서. 이 책은 베이비부머들의 경험, 가치관, 가족 책임,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 등을 인터뷰를 통해 다른 세대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베이비부머들의 독특한 세대 경험을 재구성한다. 자신 역시 베이비부머의 세대원이었던 저자는 베이비부머들의 사연 속에 잠재된 자신의 스토리와 인생을 이야기하며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베이비부머의 경험이 오로지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서로를 돌아보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전해준다.

△ 철학을 권하다 –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진심」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일할 때는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진심으로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든 나처럼만 살면 세상은 참 평화로울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자기 자신은 진실되지도, 남에게 그리 친절하지도 않다. 이는 ‘방어기제’에 의해 본심(진짜 마음)이 가려진 반쪽짜리 마음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진짜 이유다. 방어기제는 자아가 위협받거나 상처받을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는 심리적 행위다. 방어기제가 있어서 우리는 느끼기 싫어하는 감정을 외면할 수 있고, 불편한 감정이나 생각을 느끼지 않으며 살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현대인들이 마주치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문제와 이를 감추려는 10가지 방어기제를 설명하면서 각 사례와 연구결과를 알려준다. 또한 방어기제를 극복한 유명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방어기제를 극복하도록 도움을 준다.

△ 사회 경제를 알아가다 – 「경제학자의 영화관」

영화 속에서 경제원리, 경제심리, 경제사, 현실경제, 경제지표등의 경제상식을 읽어내는 책이다. 첫사랑은 왜 애절할까? 저자는 [레터스 투 줄리엣]을 통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때문이라고 말한다. 펀드매니저 상용이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찾는 것은 ‘비교우위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타이타닉]은 1등석 로즈와 3등석 잭의 이야기다. ‘가격차별’이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광해]가 대동법을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부자증세’가 있다.

영화에는 경제사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떻게 터졌는지 궁금한가? 다큐멘터리로 보려면 [인사이드잡]이 좋고, 영화라면 [월스트리트]에 답이 나와 있다. 세계경제의 역사를 바꿔놓은 ‘대공황’은 [아티스트]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화폐전쟁의 역사는 [푸른 소금]을 통해 알 수 있다.

△ 과학을 궁금해하다 – 「수학시트콤」

연인에게 청혼을 받은 마리나가 고민한다. ‘나중에 더 멋진 남자가 나타나면 어쩌지?’ 바닷가에 놀러온 옌스와 콜랴는 ‘무한에서 만나는 두 평행선’, 즉 아가씨들의 매끈한 다리를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교통정체로 식은땀을 흘리는 은행강도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도주에 도움이 되는 수학이다. 독일의 유명한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는 이처럼 드라마 같은 설정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는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수학을 이끌어낸다. 원래 수많은 수학 공식은 과거 언젠가 실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저자는 이런 수학의 실용적인 측면을 충분히 이용하여 비례식 계산부터 극한값을 구하는 미적분 계산까지 수학의 전 분야를 그럴 듯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완벽한 반려자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해 보이는가 하면, 매끈하게 잘빠진 여자의 다리를 보기 위해 삼각함수의 극댓값을 구하고, 간단한 연립일차방정식으로 지긋지긋한 교통정체를 한방에 해결한다. 일생에 도움이 되는 수학이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펴보면 된다.

△ 아이와 함께하다 – 「5학년 5반 아이들」

제10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같은 반의 일곱 아이들이 학기 초부터 6월 말까지의 시간을 공유하는 동안 벌어지는 사건과 내면의 풍경을 연작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막힘없이 재미있게 읽힌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름과는 반대로 머리가 나빠 고민인 천재가 한영의 약을 우연히 먹으면서 벌이는 예상치 못한 사건을 다룬 「천재 이야기」, 아토피 때문에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했던 수정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수정 이야기」등 5학년 5반의 일곱 아이들이 각자의 고민을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순간을 생생하게 담은 일곱 편의 동화가 담겨 있다.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고향집 툇마루나 매미 소리가 들리는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또는 계곡이나 해수욕장에 자리 잡고 앉아 꼭 읽고 싶었던 1~2권의 책을 읽는다면 이번 휴가는 그 어떤 휴가보다 유익한 휴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