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송 역사상 최장기 방송3사 동시파업 사태를 불러온 이명박 정부는 낙하산 사장을 통해 끊임없이 방송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왔다. (그러므로) 새로 들어설 정부는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가 파행시킨 언론환경과 정책을 다시 회복시킬 책무를 가지고 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미디어공공성포럼 주최로 열린 ‘미디어공공성포럼 긴급토론회, 대통령선거 후보들에 바라는 언론정책’에 발제자로 참석한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일명 ‘점령군식 언론관’으로 미디어 생태계 전반이 혼란에 빠졌음을 지적하고, “차기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 등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국정조사 등을 통해) 역사적 매듭을 짓고,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날 ▲방송장악과 언론자유 탄압에 대한 진상조사(국회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이사회 구성 제도 개선 ▲지상파를 비롯한 종편 등 소유 제한 ▲‘방송 제작‧편성위원회’ 설치로 제작 자율성 보장 ▲지상파와 종편에 동일 수준의 대칭규제 적용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시청자위원회 등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방송 정책을 발표한 뒤 차기 정부가 위의 내용을 정책에 반영해 건강한 언론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 “공영방송 이사회 문제 많아”
최 교수는 특히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있어서는 사장추천위원회가 사장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하고 해당 공영방송 이사회가 이 후보 중 1인을 특별다수제(2/3)를 통해 선출해야 하며, 해임은 이사회의 특별다수제(2/3)에 의한 의결을 통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도록 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사회 역시 교섭단체가 동수로 이사를 추천해야 하고, 추천 이유 등 전반적인 추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문재인 후보 선거본부 미디어본부장)은 현재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이사회 구성에 문제점이 많다는 점에 공감을 표하며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여야 교섭단체가 이사를 동수로 추천하는 것도 좋고, 이사의 수를 늘리는 것도 괜찮다”면서 “하지만 (이사들의 숫자보다) 이사들이 ‘추천’해준 (정당) 등에 지나친 의무감을 갖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어 “이명박 정권 이후에도 방송을 권력화 하려는 정권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제도개선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홍석빈 안철수 후보 정책부대변인 역시 제도개선에 동의하며 “‘방송은 공공재’라는 것을 그동안 여러 차례 말해왔다”고 말한 뒤 “진실한 보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과제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은? … 갑론을박
이날 토론회 자리에선 현재 여야 3대2 구조의 방송통신위원회와 여야 6대3 구조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여야 동수로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최 교수는 “방통위의 경우 정치적 유착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의 대통령 지명권을 삭제하고, 대통령이 1인, 대통령 소속 정당의 교섭단체가 2인, 그 외의 교섭단체가 3인을 추천하되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위원들 간의 자유로운 호선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방통심의위 위원 9인은 국회가 추천하되 대통령 소속 정당의 교섭단체가 4인, 그 외의 교섭단체가 4인을 추천하고 나머지 1인은 여야가 공동으로 추천하도록 개선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대다수는 여야 동수에 공감을 보였으나 정연우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은 기계적인 여야 동수가 가져올 문제점을 지적하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정 회장은 “방통위나 방통심의의 경우 여야 동수로 할 경우 정당들이 나눠먹기를 할 가능성도 있고, 정파에 휘둘려 대표성이나 전문성을 갖고 업무를 추진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며 실질적인 추천위원회를 따로 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이럴 경우(여야 동수인 경우) 오히려 전문성을 갖추거나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아닌 거부감이 적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그 수를 늘려 자리 자체가 권력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우선순위부터 파악해야”
하지만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금까지 나온 정책 제안을 보면 이전 참여정부 더 올라가 김대중 정부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냥 자체가 무난하다”고 평가한 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과 새로운 접근법을 고려해봐야 한다”면서 논의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우리 앞에 당면해 있는 사안을 보면 아직 해결되지 않은 MBC사태 등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여기에 우선순위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무엇을 핵심 고리로 볼 것이냐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또한 일단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합의의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종합편성채널 허가를 위해 미디어 악법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미디어렙법의 공백상태가 장기간 방치됨으로써 최악의 언론환경으로 내리막길을 걸었음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차기 정부가 책임지고 소통 가능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환경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