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판 블랙리스트’ 공개 이후 제작 거부 동참 운동 확산

‘MBC판 블랙리스트’ 공개 이후 제작 거부 동참 운동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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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MBC판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내부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자, 영상기자, PD 등 직종을 망라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소속 구성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제작 거부에 동참하고 시작했다. 반면 사측은 “정체불면의 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 노조)는 8월 8일 발행된 노보229호에 ‘MBC판 블랙리스트’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 2건을 입수했다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는 문서 작성 당시 재직 중이던 MBC 카메라기자 65명을 입사연도에 따른 기수별로 나눈 뒤, 각각 4개 등급으로 분류해 도표 형식으로 기록했다. ☆☆는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고, 향후 보도 영상 구조 개선과 관련 합리적 개선안 관련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 ○는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는 높지만 기존의 카메라기자 시스템의 고수만을 내세우는 등 구체적 마인드를 갖고 있지 못한 이들, △는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 ×는 지난 파업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

MBC 노조는 “‘블랙리스트’는 실제로 인사와 평가, 승진 등의 핵심 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하위인 이른바 ×등급으로 분류된 기자들은 대부분 보도국 외부로 쫓겨나거나 보도국 내에서도 중요도가 낮은 부서 위주로 배치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MBC판 블랙리스트’가 공개되자 MBC 내외부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MBC영상기자회는 8월 9일 “풍문으로 들어왔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며 제작 거부에 나선다고 밝혔다. 영상기자회는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보도영상부문은 공중분해 됐다”며 “발기발기 찢겨져 노예들처럼 살아온 MBC 영상기자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스스로 밝히기 위해 제작 중단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시사제작국에 이어 콘텐츠제작국 PD들도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콘텐츠제작국 소속 PD 30명은 8월 9일 성명을 통해 “2012년 파업 이후 MBC 경영진은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PD들에 대한 ‘찍어내기’ 인사를 통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철저히 유린했다”며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김철진-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김도인 현 편성제작본부장‧백종문 현 부사장을 향해 “부역의 대가로 받은 자리에서 내려와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어 “콘텐츠제작국은 <PD수첩>의 제작 중단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제작 자율성을 쟁취하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방송을 제작할 수 있을 때 까지 제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국MBC기자회도 힘을 보탰다. 전국MBC기자회는 8월 9일 “뭔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설마 이토록 꼼꼼하게 블랙리스트를 작성해놨으리라고는 믿고 싶지는 않았다”며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MBC 기자들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던 시기는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을 했던 때”라며 “기자와 PD,아나운서 등 해고와 징계, 전보로 얼룩진 지난 두 정권 아래 MBC의 신뢰도가 왜 몰락했는지, 왜 시청자인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됐는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에 “더 이상 MBC를 방치하지 말라”며 “MBC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신속하게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사측은 노조가 공개한 ‘블랙리스트’는 정체불명의 문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언론노조가 내세운 문건은 회사의 경영진은 물론 보도본부 간부 그 누구도 본 적도 없는 문건”이라며 “유령 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해 회사를 비방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