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불통돼도 라디오는 괜찮아”…라디오 수신 의무화 필요

“통신 불통돼도 라디오는 괜찮아”…라디오 수신 의무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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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삼성전사와 LG전자가 내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스마트폰에 FM 라디오 수신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재난 상황 시 라디오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선 법‧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9월 1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한국방송학회,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국민의당 김경진,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공동 주최한 ‘라디오 미래 발전을 위한 청취 인구 확대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라디오는 재난 발생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FM 라디오 수신 기능 탑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29일 내년부터 출시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에서 FM 라디오방송 수신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미 지난 7월 출시한 ‘Q6’에 FM 라디오 직접 수신 기능을 탑재했으며,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S9’에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과기정통부가 제조사를 설득해 협조를 얻었지만 여전히 해외 제조 스마트폰은 어려운 실정”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라디오 기능 탑재를 의무화하고, 라디오 전파가 닿지 않는 지하나 터널 등에 전파 재송신기 설치를 돕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상운 남서울대 교수는 “FM 라디오방송은 태풍이나 홍수, 쓰나미, 지진 등에서도 안정적이고, 수신자 수 제한이 없어 이동통신과 달리 병목현상이 없다. 또 데이터 스트리밍 방식보다 3~6배 정도 배터리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재난 시 가장 효과적 매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라디오 청취는 실제 재난 상황에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NextRadio 애플리케이션 사용 분석에 따르면 2015년 북일리노이 지역에 토네이도가 닥쳤을 때 스마트폰 FM 청취자는 평상시와 비교해 54%, FM 청취율은 151% 증가했고, 오클라호마주 오클라오마시티에 토네이도와 홍수가 닥쳤을 때는 스마트폰 FM 청취자가 146%, FM 청취율이 254% 증가했다. 비슷한 시기 미네소타 브레이너드 지역에서는 스마트폰 FM 청취자가 260%, FM 청취율이 615% 증가했다.

이 교수는 “재난 발생 시 이동통신은 불능화될 수 있기 때문에 라디오 수신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법제화를 통해 라디오 수신칩 활성화뿐 아니라 이어폰 등 보조 장치 연결 없는 수신을 보장해야 하고, 음성 수신 외에 데이터 방송 수신 기능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수신 안테나가 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어폰 없이는 라디오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인데 지금도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장기적으로 수신 안테나 내장도 논의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이제라도 제조사가 신규 제품에 라디오 기능을 활성화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공표된 것이 없고, 정부 차원에서도 아무런 제대로 고찰이 없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라디오발전지원특별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임종수 세종대 교수는 이동통신사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FM 수신칩 활성화를 선언했지만 그것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이동통신사가 이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며 “제조사는 수신칩을 활성화한다고 하는데 정작 이동통신사는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잃어버려선 안 돼” 넥스트라디오 국내 진출 대비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 ‘넥스트라디오(NextRadio)’도 화두로 떠올랐다. 넥스트라디오는 여러 채널의 FM 라디오를 수신하는 앱으로 FM 수신칩이 내장돼 있어 데이터 사용량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20배 정도 줄어든다. 또 하이브라이드 방송으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음악을 듣다 사연을 보내는 등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임 교수는 “넥스트라디오의 국내 진출이 거론되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기존의 라디오는 넥스트라디오가 공격적으로 구축하는 플랫폼 환경의 CP로 참여할 개연성이 높다”며 “서비스는 존재하되 플랫폼을 잃게 될 때 라디오는 더 이상 청취자를 자신의 고객으로 간주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넥스트라디오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도 “미국의 기술 표준이 없고, 넥스트라디오라는 특정 서비스로만 통합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기술 표준을 정한 뒤 개방해 다양한 서비스들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