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 라디오 청취’ 현실에선 어려워 ...

‘터널 속 라디오 청취’ 현실에선 어려워
전국 터널 1,402개 라디오 수신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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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영화 ‘터널’의 주인공은 고립된 터널 안에서 유일하게 주파수가 잡히는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의지해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해당 프로그램의 DJ는 주인공이 그 방송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구조 현황을 전해주거나 가요를 틀어줌으로써 터널 속 무료함을 달래준다. 하지만 영화와 현실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9월 12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아 분석한 ‘재난 방송 수신 환경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KBS FM 라디오를 기준으로 전파 수신율이 40% 미만인 터널은 1,402개(청취 불가), 40~90% 미만 터널은 185개(청취 미흡), 90% 이상인 터널은 82개(청취 양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파 자체를 수신할 수 없는, 전파 수신율 0% 터널도 901개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라디오 청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 할 수 있는 전파 수신율 40% 미만의 터널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전남 215개, 경기 205개, 강원 165개, 경남 163개, 경북 140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상황을 대비해 터널 및 지하공간에서도 방송통신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같은 해 6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에 따라 도로공사나 지방자치단체 등 도로 관리 책임자는 무조건 방송중계설비를 설치해야 하며, 모든 방송 설비 전원은 정전 시에도 항상 수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상 전원 공급이 가능한 회로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라디오의 84% 상태가 수신 불량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DMB 수신도 라디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방통위가 지난해 도로 터널 1,669개, 철도 터널 621개, 지하철 지하 공간 736개를 대상으로 수신 환경을 조사한 결과 도로 터널 중 155개만 수신 상태가 양호하고 약 90%인 1,514개는 수신이 불량했다.

업계에 따르면 도로나 철도 터널에서 라디오나 DMB 등을 정상적으로 수신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약 8~10배 이상의 중계기가 설치돼야 한다.

고 의원은 “우리 국민들은 영화가 보여준 대한민국의 총체적 안전 부실 문제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부는 법률이 정한대로 방송통신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도로‧철도 터널 및 지하철 등의 전파 수신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