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회와 연합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하며

[칼럼] 공학회와 연합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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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호요성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장] 올 12월말이면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회장으로서의 나의 임기가 끝난다. 예전에 학회 임원으로 활동할 때는 내가 맡은 역할에만 집중하다 보니 학회 전체 사정을 살펴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1년간 회장직을 맡아 학회의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보니 앞으로 고치고 발전시켜 나갈 부분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개인별로 학회 활동을 하는 목적이 약간 다를 수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학술 교류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워크숍이나 논문 발표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여 그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관련된 주제를 심도있게 논의하는 통합적인 소통과 정보 공유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요즘 우후죽순처럼 열리는 수많은 행사에 모두 참석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관심있는 주제의 세미나에 종종 참가하여 최근에 진행되는 기술 동향을 살펴보고 연구할 좋은 주제도 찾아야 한다. 최근 같이 작업할 연구원이나 학생이 줄어들어 연구하기 어렵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던데, 항상 본인의 상황과 능력에 맞추어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연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연구 논문도 발표하지 않으면서 학회 임원을 맡아 봉사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들어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국제학술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대개는 영어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일부 회원들에게는 약간 부담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학문 연구의 질적, 양적 성장을 위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학술행사에서 본인이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너무 체면을 따지거나 격식에 얽매이지 말고, 항상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국제학술 행사는 외국 전문가를 자연스럽게 만나서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이를 통해 국제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구축할 수도 있다. 우리끼리의 작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해 시야가 좁고 사고가 편협한 방안퉁수형 존재가 아닌지 가끔 점검해 보고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지난 1년간 학회를 맡아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바로 학회의 살림살이였다. 최근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기업들의 후원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수많은 학술 행사가 난립하면서 행사 수익도 제한되어 근래 3년 연속 학회 재정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학회가 침몰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학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논의를 했고, 결국 국제학술 행사의 유치와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난관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냈다. 또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MOU를 체결하여 KOBA와 같은 대형 행사를 서로 돕고 학술 세미나에 관한 정보를 양쪽 회원들과 공유하면서 상호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가기로 했으며, MPEG 포럼과 MOU를 체결하여 표준 기술의 확산 및 보급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주최하여 향후에도 매년 학회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도 만들었다.

물론 학회 워크숍이나 학술 행사를 통해 수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회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펴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지출 경비를 최대한 아껴서 학회 살림을 알차고 실속있게 꾸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종종 단체 비용은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라 착각하고 물 쓰듯 펑펑 사용하는 몇몇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던데, 학회 돈은 항상 용도와 상황에 맞추어 너무 인색하지 않게 적절히 사용하면 된다. 행사 후 남은 수익금을 마치 혼자서 다 번 것처럼 따져가며 이를 뒤풀이로 탕진하려는 풍조는 이미 시대착오적인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 학회에서는 올해 다른 해와는 다르게 2번의 국제학술 행사를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1월에는 부산에서 IWAIT 2016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여 180명 정도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했고, 12월에는 제주에서 APSIPA ASC 2016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여 IEEE Fellow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다수의 석학들을 포함하여 340여명이 참석하여 활발한 학술 교류가 이루어졌다. 이번 국제학술 행사를 통해 학회 회원들이 저명한 외국 전문가들을 만나 좋은 정보를 직접 접할 기회를 가졌으며, 학회의 위상도 한층 높이고 학회 재정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 학회 행사를 무사히 잘 마치긴 했지만, 회장으로서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학회 행사를 준비하면서 바쁘고 힘들 때에는 이리 뺑돌 저리 뺑돌 다른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숨죽이고 조용히 숨어 있다가 잔칫상이 모두 차려진 뒤에 젓가락만 들고 나타나 실속만 차리는 얌체족도 있고, 학회 행사인데도 먼 산 바라보듯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초월형 도인도 있는 것 같다. 작은 일이라도 함께 협력하여 맞들면 같이 일하는 재미도 있고 일이 훨씬 더 쉬워질 텐데. 너무 자리만 욕심내어 차지하지 말고 자기가 다른 사정으로 학회에서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는 자기 자리를 양보하여 다른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과감한 용기와 미덕도 겸비하면 좋을 것 같다. 너무 근시적인 관점에서 눈앞의 일에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얄팍한 계산보다는 학회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작은 역할이라도 맡아서 열심히 참여하면서 성심껏 봉사하는 착한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학회는 분명 앞으로 성대히 발전할 것이다. 그동안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