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앞둔 ‘유료방송 합산규제’, 공정 경쟁 지켜질까? ...

일몰 앞둔 ‘유료방송 합산규제’, 공정 경쟁 지켜질까?
“시장 변화에 따라 OTT까지 포함하는 논의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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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내년 6월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일몰을 앞두고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유료방송시장에서 공정 경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언론정보학회는 11월 8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유료방송 시장 다양성 및 공정경쟁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의 다양성을 도모하고 공정 경쟁을 이끌기 위한 것으로, 유료방송뿐만 아니라 특수 관계자까지 포함해 점유율을 합계 내고 이때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3년간 한시법으로 도입됐으면 내년 6월이면 효력을 잃는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보유하고 있는 KT그룹은 현재 3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로 사업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합산규제 일몰을 찬성하고 있으며, 이외에 경쟁 업체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그리고 케이블TV사업자는 공정 경쟁을 요구하며 일몰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합산규제 일몰을 찬성하는 의견이 보다 우세했다. 그러나 KT의 주장과는 그 결이 달랐다. 이영주 서울과기대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 혁신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혁신하지 않는 사업자를 소비자가 지켜보고 지켜줘야 하느냐”라며 유료방송사업자를 비판했다.

이영주 교수는 “IPTV는 레거시 미디어에 승부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있으며 케이블TV 역시 지난 25년 동안 한 게 없다”며 방송사업자라고 하지만 이용자의 효용과 직결되는 콘텐츠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던 양태를 꼬집었다.

정미정 광운대 강사 역시 이에 동의하며 합산규제의 목적이 특정 사업자의 독식을 막고 공정 경쟁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다양성 마련이 합산규제의 존폐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몰하든 영원히 지속하든 합산규제로는 다양성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며 콘텐츠의 다양화가 독과점을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영주 교수는 최근 IPTV 업계에서 인공지능 등 스마트홈 분야에 더 집중하면서 탈미디어화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규제 없이 자유롭게 최선을 다해 해보라고 하고, 서비스가 별로라면 이용자는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유료방송사업자의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OTT사업자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용자는 유료방송에 볼 게 없으면 종일 유튜브를 보면 된다”라며 이용자의 선택권이 유료방송에 한정돼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에 나아가 “이렇게 시장이 바뀌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좁은 테두리 안에서 합산규제를 논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아직 유의미한 가입자 규모를 가진 OTT가 없어 논의 범위가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럴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료방송시장에 관한 규제에 있어 이제는 OTT 시장까지 같은 영역으로 포함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 역시 이러한 의견에 동의했다. 변 교수는 “공정 경쟁 차원에서 동일 서비스에는 동일 규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규제 대상 사업자를 나눌 것이 아니라) 오히려 OTT라든지 다른 사업을 합해 나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