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정통부 부활인가?”

“누구를 위한 정통부 부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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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정보통신부를 부활시킬 생각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선후보들이 단순한 정통부의 부활이 아닌 방송과 통신을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 지부터 먼저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좋은 뜻’은 이해하지만, 그 수단에 있어 여러가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올해 초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ICT 거버넌스 논의는 지난 8월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ICT를 제안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의 대상이 되었고, 이후 여야 대선후보캠프 측에서 ‘ICT 컨트롤 타워’, ‘ICT 통합 거버넌스’를 정책 공약화하면서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공약화가 단순한 정통부의 부활이라는 데 있다.

언론‧시민단체를 비롯한 방송 업계에서는 방송 매체와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정치적인 독립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만큼 단순한 정통부의 부활이 아닌 합의제 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반해 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여기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당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만 봐도 그렇다. 문 후보는 지난 24일 서울 동교동 홍익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의 동행’에서 “정보통신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보통신부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정통부를 반드시 부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 방송통신정책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병기 전 상임위원도 지난해부터 ‘정통부의 부활’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문 후보는 이날 “정통부가 있던 참여정부 시절만 해도 IT 분야 경쟁력은 세계 3위의 상위권 안에 들었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관련 부처가 없어지면서 관련 역량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 지닌 합의제여야”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단순한 정통부의 부활로는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정통부나 방통위라는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을 덜 받는 독립성’과 ‘분야별 전문성’을 지닌 위원회로서 내부적으로 제대로 자리 잡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언론‧시민단체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시대이니만큼 정통부로 회귀하기보다는 현 방통위 체제로 있는 것이 민감한 정책과제들에 중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현 방통위가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적합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닌 ‘독립규제위원회’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 방통위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문제점은 정치권과 너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일정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방통위가 대통령이나 국회 등 정치적으로 독립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발표된 ‘바람직한 방송통신 정책 주관 정부조직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도 현 방통위 체제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를 모델로 만들어 졌으나 실제로는 FCC와 같은 독립된 규제위원회가 아니라 행정규제위원회 역할을 하면서도 정치적으로도 독립되지 못하고, 전문성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당시 이용경 전 창조한국당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IT 산업 위기의 본질은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아닌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부재”라며 정통부 시절부터 곪고 곪아 터진 문제가 이제야 발견된 것이라고 지적한 뒤 “단순한 정통부의 부활이 IT 산업의 해법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IT 거버넌스 논의 자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역시 이에 동의하며 “방통위는 방송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조직이지만 결국 그렇지 못한 것은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누구를 위한 정통부 부활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 ‘정통부 부활’ 논의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이는 본지에서도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과거 정통부 시절 이른바 ‘핫라인’으로 정권 유착을 경험했던 통신 재벌들이 다시 한 번 정통부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통신 재벌 위주로 단합된 ICT 대연합이 정통부의 부활을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있어 이러한 시선은 나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정통부에서 합의제 체제인 방통위로 바뀌면서 통신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없어진 통신 재벌 입장에서는 현 방통위 체제가 영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ICT 대연합은 통신자본과 사업자 이익을 위해 정부 조직을 재편해야 한다는 편향된 집단의 오도된 인식의 산물”이라며 “ICT 대연합이 강조하는 ‘ICT 생태계의 미래 비전’에 시민사회와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이렇게 전담 부처가 만들어지면 정보‧방송‧통신에 관한 규제와 진흥은 KT라는 통신 재벌을 위한 부처로 전락할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언론연대는 “방통위 해체와 정보·방송·통신에 관한 정부 부처의 민주적 개편은 권력이 아닌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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