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안심사 과정과 방송업계의 역할

[기고] 국회 법안심사 과정과 방송업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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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승용 국회 임재훈의원실 비서관] 방송과 언론정책의 이념적 토대가 되는 헌법을 포함해 정책 시행의 근간이 되는 방송·통신 관계 법령과 예산까지 모두 국회에서 논의된다. 헌법 개정은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결정되는 대부분 사안은 법령 개정과 예산안 심사다.

최근 국회에서는 OTT를 방송법제에 편입하는 내용을 비롯한 다수의 방송 관계 법령의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방송 관련 법안의 내용을 심사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과학기술과 방송통신 분야를 통할하는 명실공히 이 분야 정책 거버넌스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20대 국회를 1년 3개월여를 남긴 지금, 국회의 법안심사 과정을 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당장 급변하고 있는 방송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는 방송법제를 하루빨리 손보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20대 국회가 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법안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어 법령 개정 작업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도입 과정 (2013년~2015년)
우선 유료방송 합산규제 도입 시점으로 돌아가 법안심사 과정을 살펴보자. 2013년 6월 14일, IPTV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산정에 합산되는 특수 관계자의 범위에 SO와 위성방송사업자를 포함하도록 하는 IPTV법 개정안이 전병헌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에 의해 발의된다. 같은 해 8월 7일에는 방송법에 합산규제를 명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이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 의해 발의된다.

두 법안은 2013년 12월 18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되어 1년여 동안 논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홍문종 의원이 2014년 6월 미방위 상임위원장에 선임되면서 논의가 급진전한다. 홍문종 의원은 상임위원장이 된 후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대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법안 통과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면서 상임위 내에서 법안 처리 우선순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법안소위에 상정된 합산규제 법안의 심사 순번은 91번(홍문종 의원안)·92번(전병헌 의원안)이었다. 홍문종 의원의 상임위원장 선임 후인 2014년 12월 2일에는 26번·27번으로 순위가 상승하고, 29일에는 13번·14번, 2015년 1월 6일에는 4번·5번, 2월 23일에는 1번·2번으로 정점을 찍게 된다. 합산규제 법안은 일부 이론이 있었지만 2015년 2월,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고 같은 해 5월 법사위 체계자구심사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시행되었다.

상임위원회마다 통상 수백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인 점과 한 회기에 한 상임위원회가 심사할 수 있는 법안의 수가 30∼40여 건에 분과한 점을 고려할 때, 법안소위 심사 순번이 법안 처리 가능 여부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으며, 법안의 심사 순서를 정하는 상임위원장과 간사위원의 의지가 법안 통과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법안의 내용 심사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종료되며,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마친 법안은 법안의 체계(형식)와 자구를 검토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친 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기 때문에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법안은 통상 법안 심사의 8~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본다.

방송 현안 해결을 위한 방송업계의 과제
4년마다 국회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법안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며, 19대 국회에서는 자동 폐기 법안이 1만 건을 넘었다. 20대 국회에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1만 2천 건이 넘으며, 과방위에 계류 중인 소관 법안은 603건에 달한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결국 다수의 방송법령이 자동 폐기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방송·통신 융합과 스마트디바이스의 보편화로 방송 시청환경이 급변하면서 방송업계는 어느 때보다 큰 위기상황에 직면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 현안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공영방송의 역할과 범위에 대한 논쟁도 지속하고 있고, TV 수신료 정상화 논의도 진전이 없다. 유료방송 업계의 구조조정과 이와 연계된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도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방송업계는 이런 상황을 손 놓고 바라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를 움직이게 만들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방송업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그 힘이 집중되지 않고 사업자별로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온 탓에 오히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 온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오랜 방송 현안들은 지상파, 종편, PP, SO, IPTV, 위성방송 등 방송사업자별로 저마다의 이해관계로 찬반이 연속적으로 얽혀, 방송업계 스스로 꼬인 실타래를 푸는 일을 어렵게 만든 게 사실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도입된 2015년 초로 다시 돌아 가보자. 합산규제 법안이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상임위원장과 여야 간사위원들의 의견이 합치되었기 때문이고, 이는 당시 KT의 방송시장 지배력 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방송업계 전반에 공감대를 형성하여 단일화에 가까운 목소리가 국회에 전달된 덕분 아닌가?

내년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리는 해이다. 이제부터 정치권은 방송업계의 눈치를 더욱 살필 수밖에 없다. 방송업계의 영향력이 정치권에 가장 강하게 미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업계가 단합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이익만을 좇을 경우 산적한 방송 현안들의 국회 처리는 난망하다.

더 이상 국내시장의 경쟁사업자 견제를 목적으로 한 반대를 위한 반대를 멈추고, 밀려오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파상공세 속에서 우리 방송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방안을 국회에서 법령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방송업계가 의견 합치를 보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창구와 기회를 마련해 이견을 조율해서 방송업계가 20대 국회 마지막 법안심사에 전달할 최종안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냥 국회만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기대해선 안 된다. 지금이 바로 방송업계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3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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