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원에 대한 기대와 우려

[문보경 칼럼] 쇼핑원에 대한 기대와 우려

634

방송통신윈워회가 쇼핑원의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방송채널사용사업을 승인함에 따라 TV홈쇼핑 시장은 6개 채널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쇼핑원은 이르면 오는 9월 이후 첫 전파를 탈 예정이다.

쇼핑원은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는 기존 홈쇼핑 채널과 달리 중소기업 제품을 80% 이상 판매하는 등 기존 홈쇼핑 채널과의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또, 중산층에 유용한 생활밀착형 상품군인 가정용품·패션의류·농수축산 제품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방송제작비 지원, 재고부담 완화를 위한 직매제도, 홍보를 위한 공익 프로그램 편성 등도 기존 홈쇼핑과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승인조건 등 정책보완을 통해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중소기업 홈쇼핑의 취지를 100% 살려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평가 결과와 함께 정책건의를 통해 판매 수수료율, 방송편성, 상품선정 등과 관련된 엄정한 기준 마련, 중소기업과 방송 발전을 위한 이익 일정부문 환원, 주요 주주의 공적책임과 건전성 확보 방안 마련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방통위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을 통해 중소기업의 판로가 확대된다는 것은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 선정에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다. 반대도 있었고 우려 또한 많았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 선정을 두고 반대와 찬성이 엇갈렸던 것은 한국 유료방송시장의 현실 때문이다. 포화된 홈쇼핑 시장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종합편성채널의 채널 배정을 위한 사전 작업일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과 과거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위해 허가된 우리홈쇼핑 전례를 들어 대기업 진출의 발판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했다. 기대감은 ‘중소기업 전용’이라는 문자 그대로 중소기업에 판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나왔다.

이러한 우려와 기대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먼저 홈쇼핑 업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의 이면을 보자. 국내 시장이 협소하다는 점과 TV전자상거래(T커머스)까지 도입돼 갈 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추가 홈쇼핑 선정은 홈쇼핑 업계에 큰 악재로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홈쇼핑 시장이 포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홈쇼핑 업체들이 폐쇄된 시장 덕에 고속성장을 하며 해외 진출의 발판까지 마련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권이 존재하는 사업을 언제까지 그들만의 리그로 둘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난 2007년 3조4400억원 수준이었던 TV홈쇼핑 시장은 지난해 5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올해 사상 처음 6조원을 돌파한 약 6조1200억원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기반을 다진 기업들이 해외 진출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전용에 대한 기대감도 그리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중소기업 전용이라는 것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판로를 가로 막을 수도 있고, 중소기업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기존 홈쇼핑을 규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이미 10% 내외의 매출을 책임져온 대기업의 가전 제품 비중이 기존 홈쇼핑 시장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에는 매출 증가를 위해 대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편성했지만, 마진이 약한 대기업 제품이 홈쇼핑에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다시 말해 기존 홈쇼핑에서도 마진이 높은 중소기업 제품을 강화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제품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은 선정됐고, 오는 9월이면 전파를 탈 것으로 보인다. 애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남아있다. 유통에 대한 고민보다 더 큰 문제는 방송 관점에서 보는 문제다. 채널 번호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중소기업 홈쇼핑 채널 선정은 홈쇼핑 채널을 연번제로 묶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종합편성채널에 기존 홈쇼핑 채널 번호를 배정하고 홈쇼핑채널은 뒤로 보낼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많은 사업자들의 벽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수익성을 제한하는 처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쇼핑원은 후발주자로서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지상파 채널 전후의 ‘황금채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홈쇼핑 업체들이 케이블방송사업자(SO)로부터 채널을 따내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업체당 많게는 연간 800~1000억원에 이른다. 쇼핑원 초기 납입자본금이 1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쉽게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널 번호는 유료방송사업자의 권한이며, 간접적으로는 시청자의 권한이다. 결국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시청자를 끌만한 경쟁력있는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 홈쇼핑사업자와 방송사의 할일이다.

이제 9월이면 중소기업 홈쇼핑도 전파를 타게 된다. 시장에 보다 빨리 안착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비판과 문제제기 모두 겸허하게 안아 앞에 놓인 숙제를 풀어가길 기대한다.